안녕하세요! 지난해 6월부터 반년 동안 ILOITOO(이로이토)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사노 유키입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저 나름대로 생각한 ILOITOO 사업이 갖는 의의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 과거의 블로그
공방의 과제, 한발씩 마주보자~ILOITOO(이로이토)사노 유키 현지 인턴의 배움~(일본어)
인턴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것, 그것은 "책임감"이었습니다. ~ILOITOO(이로이토)사노 유키 현지 인턴의 배움~(일본어)

■ 과테말라 토착민과 민족의상
ILOITOO에서는, 과테말라 현지 공방에서 마야계 토착민의 여성을 고용해 "코르테"라고 불리는 민족의상의 천을 업사이클해서, 랩오버 치마로 만들어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과테말라는 중남미 중에서도 인구 중 토착민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국민의 절반가량이 마야계 선주민입니다. 선주민 여성의 대부분은 위피르(관두옷)에 코르테라는 천을 두른 민족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손으로 직접 짠 천에 자수로 장식한 화려한 의상은 마을별·지역별로 디자인이나 색깔에 특징이 있고, 그 선명함 때문에 "과테말라 레인보우"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나는 처음 발을 디뎠을 때부터 그 화려한 세계에 매료되어 지금은 완전히 과테말라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멋진 천이 늘어서 있는 시장의 모습)

■ 과테말라 선주민이 안고 있는 과제
화사한 민족의상으로 몸을 감싸고, 직물·자수에 대한 고도의 기술을 가진, 스페인어 외에 독자의 언어로 말하는 마야계 선주민입니다만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테말라에서 생활하면서 특히 선주민의 빈곤과 민족 격차를 피부로 느꼈습니다.

대체로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선주민"이 빈곤의 대명사라고도 일컬어집니다만, 과테말라도 예외가 아니라 선주민의 대부분은 농촌에 살고 있으며 물도 전기도 제대로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편 도시 지역에서는 유럽계나 라디노라 불리는 유럽계와 원주민 혼혈의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몇 번인가 갔던 조금 비싼 레스토랑에서는 선주민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알모롱가 마을의 시장. 이로이토에서는 이 마을의 코르테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ILOITOO의 공방이 있는 San Juan la Laguna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불리는 아티틀란 호수 주변에 있는 원주민 마을로,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습니다. 선착장에서 마을의 중심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화려한 민예품을 파는 기념품 가게도 있으며, 또한 여성 그룹을 지원하는 미국의 NGO등이 몇 곳이 들어와 있으며, 과테말라의 선주민 마을 중에서는 비교적 풍부한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일을 찾아 이로이토의 공방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끊이질 않습니다. 현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이 마을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나요?", "지금은 구인하지 않나요?"라고 질문해 옵니다. 현지인 슈퍼바이저에게는 끊임없이 구인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일단 거절을 하더라도 공방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몇번이나 있었습니다.

■ 과제 해결을 위해서
그녀들이 요구하는 것은 안정된 일자리입니다.
관광 비수기인 우기에는 기념품 가게에서 일하는 여성이 "해마다 이 시기는 전혀 수입이 없다."고 개탄하고 있었습니다. NGO의 여성 그룹도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민예품을 만드는 곳이 많아 관광객의 증감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또 NGO의 지원으로 일시적으로 풍요로워지더라도 NGO가 빠져나가고 1년 후, 2년 후에는 다시 빈곤한 생활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로이토의 공방에서는 현지 여성들에게 매일 7.5시간 근무를 하는 것으로 안정된 고용와 안정된 수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테말라 최대규모라고 일컬어지는 치치카스테낭고의 민예품 시장)

또 현지 여성을 고용함으로써 그녀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현재 ILOITOO의 공방에서는 성과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처음 연습 기간은 최저 임금을 보장하고, 그 이후로는 생산량에 따라 급여를 지불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고정급+α(생산량에 따라 달라지고, 상한이 있음)형식을 취하고 있었는데요, 생산률을 더 높이고, 많은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전체 성과제로 변경 했습니다. 변경 된 이후는 멤버의 사기가 올라가면서 생산성이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전의 두배 가까이 벌어들일 수 있게 된 직원도 있습니다.
극심한 격차 사회·계급 사회인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고도의 교육을 받아도 수입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제가 인턴 전에 유학했던 멕시코에서는 "석사 학위를 가진 택시 기사가 많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만큼 보답하는 직장, 기회를 주는 장소를 만들 수 있는 의의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는 그녀들 자신뿐 아니라 가족이나 아이들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방이 있는 San Juan la Laguna의 거리의 풍경)

■ 과테말라의 여성들을 돕는다
또 ILOITOO의 사업을 통해서, "여성 일자리"에 제대로 대가를 지급하고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과테말라에서 생활하고 일을 하면서, 여성의 일이 "가치가 낮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 아닌가 하고 느낀 적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취사·세탁·청소 등 가사나 육아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일로 여겨졌으며, 특히 농촌에서는 여자가 밖에서 일하지 않고 가사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것에는 물론 한푼의 대가도 지불되지 않습니다.

또, 선주민 여성의 대부분은 자수나 직물 등 수작업을 통해 임금을 벌지만, 예를 들어 여성이 1시간 동안 자수를 놓아 버는 임금은 남성이 5분간 툭툭(삼륜택시)를 몰고 받는 돈과 비슷하거나 또는 그 이하입니다. 아주 고도의 기술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임에도 여성의 일이기 때문에 가치가 낮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같은 여성으로서 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여성을 고용해 임파워먼트를 실행하려고 해도 특히 보수적인 선주민의 커뮤니티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ILOITOO에서는 자수나 비즈 상품도 판매하고 있습니다만, 이들은 공방이 아니라 특히 그 기술이 뛰어난 Santiago Atitlan라는 마을의 여성 그룹에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공방이 있는 San Juan la Laguna과 비교해도 충분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적어서, 젊은 세대에도 스페인어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성이 밖에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 아니기 때문에 2주에 1번 공방에 납품을 하러 올 때에도 남편이 함께 따라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속에서도, 부업으로서 할 수 있는 자수나 비즈의 생산을 부탁함으로써 여성이 집에 있으면서도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또 이러한 방법을 쓰면 어린아이나 병든 가족을 돌보거나, 임신 등의 이유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여성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 고용을 만들어 내고 일에 대해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수입을 얻은 여성은 가계에 기여하고 가정 내에서 힘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말에 열린 친목회에서 찍은 사진. 이 마을 의상의 특징인 사각의 자수는 ILOITOO의 스커트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 또 하나의 의의
서두에서 과테말라의 민족의상에 대해서 조금 말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ILOITOO사업의 또 하나의 의의는 전통 공예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과테말라 레인보우"라고도 불리는 아주 선명한 색상의 민족의상이지만, 현재 그 착용률은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공방이 있는 San Juan la Laguna에서도 나이 든 분은 대부분 민족의상을 입고 있지만, 어린아이는 T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과테말라에는 미국에서 헌 옷이 대량으로 들어와 있어서, 한 장 한 장 손으로 짜고 수를 놓는 민족의상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또 민족의상 중에도 기계로 만들어진 것이나, 자수가 아닌 무늬가 프린트된 것, 블라우스 같은 것을 착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들의 의상이 좋지만 비싸서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을 공방에서 일하는 멤버에서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는 민족의상 자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고도의 기술까지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마을 어린이들은 스페인어로 밖에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방 직원 중에서도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아이에게는 적극적으로 현지 언어로 말하도록 힘쓰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통 의상을 입지 않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을 하지 않게 된다. 그들의 선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이 점차 흐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래된 민족의상을 업사이클 해서 일본에서 가치 있게 판매하는 ILOITOO의 사업은 큰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공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자신들이 만든 상품이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 알게 되어서 자신의 민족의상이나 기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전통 공예의 가치가 높아집니다. 그리고 장래에는 스페인에 의한 식민지화와 장기간에 걸친 내전 속에서 억압받아온 과테말라 선주민이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서 더욱더 자부심에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방 멤버에게 생일축하를 받았습니다. 이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 함께 일한 경험은 보물입니다.)